일제강점기, 해방과 전쟁을 지나 산업화를 거치면서도 개방되지 않았던 자연 본연의 모습을 간직한 숲.
400년 간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던 이곳,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아홉산숲이 그 주인공이다.
아홉산숲의 아홉산은 아홉 골짜기를 품고 있다는 뜻의 순 우리말이 남아있는 이름이다.
이곳은 2014년, 영화 <군도>의 촬영지가 되며 알려지기 시작했고, 2016년, 400년 간 숲을 관리해온 소유주 가족이 일반인공개를 결정하면서 사람들의 방문이 가능해졌다. 이 숲은 오랜 시간동안 그린벨트이자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었기에 건강한 자연환경과 생태를 그대로 간직할 수 있었다.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아홉산의 여정이 시작된다. 산책로의 방향 안내판이 잘 되어 있어 화살표를 따라 걷기만 하면 길을 잃을 걱정은 없다. 아홉산숲 안에는 대나무 군락지를 비롯하여 금강소나무, 편백나무, 참나무 등 여러 다양한 나무들이 자리하고 있다. 웅장한 숲이 주는 울림은 직접 이 곳에 오는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데, 특히 116그루의 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받을 만큼 오랜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숲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을 품고 있음에도 이 숲을 대표한다고도 말할 수 있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대나무 군락지다. 아홉산의 대숲은 두 군데가 있는데 산책로 따라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이 굿터 맹종죽숲이다. 빽빽하게 뻗어있는 대숲 안으로 들어가 하늘을 올려다보면 가려진 하늘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이 눈이 부시다. 두 번째 대숲은 일명 대나무 가로수길이라 알려진 평지대밭이다. 오솔길을 따라 양쪽으로 대나무 숲이 빼곡히 우거져 한줄기 빛조차 들어오기 힘든 곳, 그래서 더 차분히 산책할 수 있는 곳이다.
긴 세월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채 하늘로 솟아오른 나무들 사이를 지나 다시 입구에 닿으면 숲을 관리하는 집안의 종택 ‘관미헌’을 만날 수 있다. ‘고사리 같은 하찮은 풀도 눈 여겨 본다’는 의미가 담긴 이 종택은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전통방식의 한옥이다. 여전히 나무아궁이를 쓰는 이 집은 지금도 숲을 관리하는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다.
아홉산숲의 산책로를 모두 둘러보는 데는 대략 1-2시간이 소요된다. 코끝을 스치는 나무향기, 귓가를 울리는 새소리, 나무가 만들어주는 시원한 그늘은 일상에 지친 마음을 치유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니, 이번 주말에는 아홉산숲의 오래된 나무들과 함께 스트레스를 날려보는 것도 좋겠다.
여행꿀팁
물을 꼭 챙기고 걷기 편한 신발 착용
모기기피제와 부채 무료대여
단체 관광버스 방문 시 예약필수
여행 에티켓
유모차, 자전거, 등산용구(스틱 등) 이용금지
식물채취 및 훼손, 곤충채집 금지
애완동물 동반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