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평시장 내 음식점은 과거 자갈치시장과 인근 부두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식사 할 곳을 찾으면서 차츰 자리를 잡아 나가기 시작한다. 그러다 1980년 대 들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족발을 팔기 시작하면서 하나둘 족발집이 생겨난다. 하나 특이한 건 부평시장 족발은 다른 곳과 달리 냉채를 곁들인 별미로 유명하단 점이다. 또 이 시장에선 가마솥에 튀긴 시장 통닭은 꼭 맛봐야 하는데 그 맛과 양, 값 모든 면에서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다.
전국에서 냉채족발과 장육이 처음 개발된 곳이 바로 이곳 부평족발골목이다. 원조의 느낌은 항상 깊고 묵직한 맛이 있기 마련, 그래서인지 부평시장 족발집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유혹이다.
냉채족발을 주문하고 나자 전채 요리로 먼저 입맛을 돋우는 국수가 나온다. 냉채족발 특유의 맑은 갈색 소스에 버무려진 국수는 새콤한 맛으로 잠자던 미각을 단박에 깨운다.
그 사이 모습을 드러낸 냉채족발! 노란 빛이 살짝 도는 갈색 겨자 소스에 무쳐진 당근과 오이 등 각종 야채가 소복하다. 자세히 보니 고들고들한 노란 해파리채가 야채와 함께 버무려져 있다. 그리고 큼직하게 썬 소담스러운 족발은 자박한 소스 안에 몸을 적당히 적시고 있다. 느끼함을 잡고 감칠맛은 더한 족발 한 점 위에 야채와 해파리채를 더해 젓가락 가득 집어본다. 냉채족발의 서늘함 뒤에 오는 쫀득한 식감 그리고 오이와 당근의 아삭함과 해파리의 시원함이 절묘한 조화로 입안의 혀를 춤추게 한다. 이번에는 상추와 깻잎 위에 냉채족발을 담아본다. 무말랭이와 김치, 콩나물 등 반찬들도 함께 올려 한 입 쌈을 싸 맛보니, 도리어 족발 본연의 쫀득함이 살아나고 야채의 시원함이 맛의 깊이를 더해 준다.
큼직한 가마솥에서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튀겨지고 있는 닭은 언제나 진리다. 특히 부평시장 통닭은 가마솥 두 개를 왔다 갔다 하며 튀겨 내는데 다른 곳에서는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바삭함이 압권이다.
그릇 가득 노릇하게 튀겨진 통닭이 자리를 잡고 있다. 튀김옷은 아직도 지글지글 열기를 내뿜는다. 보통 통닭이라 하면 닭은 통으로 튀겨낸 걸 이야기하지만 지금은 먹기 좋게 조각을 내 손님 상에 올린다. 부평시장 닭튀김은 치킨이라고 하지 않고 아직도 통닭이라고 부른다. 분명 치킨과 통닭은 같은 듯 다른 음식이다. 통닭은 좀 더 크고 투박하지만 푸근한 맛이 있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인지 부평시장의 통닭은 ‘통’이 크다. 한 마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많은 양을 자랑하는 게 보통이다.
보기만 해도 바삭함이 살아있는 통닭, 그렇다고 속살까지 그런 건 아니다. 부평시장 통닭은 바삭함 뒤에 찾아오는 촉촉함이 화룡점정이다. 하얀 치킨 속살은 튀김옷과 하나 돼 입 안 가득 두 가지 식감을 전해 준다. 행여나 시장 통닭이라고 후라이드만 있을 거란 섣부른 생각은 잠시 넣어 두자. 매콤 달콤 양념 통닭과 짭조름한 간장 통닭 등도 있으니 말이다.
전국 최초 냉채족발과 통 큰 시장통닭으로 대표되는 부평시장의 맛, 상상만 하지 말고 직접 영접하러 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