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는 배들이 오고 가는 길목에 설치해 안전항해를 유도하는 배의 신호등이다. 최근에는 독특한 외관으로 이색 스폿의 역할까지 하며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가 되고 있다. 동해와 남해에 둘러싸인 부산에서, 각양각색 개성만점 등대 찾기 투어를 시작해보자.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부산항의 길목을 밝혀 온 영도등대. 현재는 전망대까지 갖춘 깔끔한 모습으로 여행자를 맞는다. 푸른 바다 위 시원하게 깎인 기암절벽에 위치한 영도 등대,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면 넓은 영도 바다와 오륙도, 멀리 대마도까지 한 컷에 담을 수 있다.
등대섬 정상에 우뚝 솟아 있는 오륙도등대는 배를 타야 만날 수 있다. 가까운 오륙도 유람선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면 등대섬에 내릴 수 있게 해준다. 바위에 걸쳐진 구불구불 계단을 타고 옥상에 올라서면 날씨 좋은 날엔 대마도를 육안으로 볼 수 있다. 대마도가 정말 가깝긴 가까운가 보다.
이제부턴 등대 풍년이다. 해운대와 송정 사이에 있는 작은 포구 청사포에는 쌍둥이 등대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동해안 등대투어의 시작점이기도 한 이곳은 떠오르는 태양과 같은 빨간 등대, 그리고 부서지는 파도와 같은 하얀 등대가 서로 마주보고 있다. 바라보는 모습이 마치 한 쌍의 커플 같다해 부부등대, 연인등대 등으로도 불린다.
기장 연화리 신암항에 자리한 젖병등대. 아기 젖병 모양을 한 이 등대는 출산을 앞둔 예비 부모들의 단골 포인트로 아기의 건강한 출산을 기원하는 마음이 가득 모여 있는 곳이다.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빨간 닭볏등대가 있다. 닭볏은 공직자를 의미하기도 하는데, 그런 까닭에 2017년 닭띠 해에 이 일대가 청렴실천 다짐길로 조성됐다고 한다.
대변방파제를 지키는 월드컵등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졌다는 이 등대는 축구공을 가슴에 안은 붉은악마를 연상시킨다. 멀리 외항 앞바다에는 독특한 모양의 장승등대가 있다. 흰색과 노란색 등대가 한 쌍을 이루며 마주보고 있는데, 흰색 태권V등대는 바다를 바라보며 어부의 안전을 빌어주고, 노란색 마징가Z등대는 방파제를 바라보며 어부의 수고를 위로해준다.
해안을 따라 좀 더 북쪽으로 이동해보자. 이미 잘 알려진 죽성성당 건물 뒤편에서 깜찍하게 숨어있던 죽성등대를 만난다. 하얀 몸통과 빨간색 지붕은 성당의 뾰족지붕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야구방망이 모양에 야구 모자를 쓰고 야구공과 글러브까지 장착한 야구등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경기 우승을 기념하며 만들어진 등대로 붕장어 회타운으로 유명한 기장 칠암항에 자리하고 있다. 맞은편 방파제를 지키는 갈매기등대는 야구공을 형상한 둥근 모양 안에 부산의 상징 갈매기가 날고 있는 모습이다. 야구등대와 갈매기등대는 유명한 일출 명소이기도 하다.
저마다의 사연을 알고 나서 바라보는 등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여행자들의 길도 영롱하게 비춰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