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풍경처럼 눈이 시린 푸른 바다, 천혜의 자연경관, 그러나 아물지 않은 전쟁의 기억.
여기는 가덕도다.
낙동강 물줄기가 긴 여정을 끝내고 남해로 흘러드는 강 하구, 아름다운 모래섬 뒤로 떨어지는 낙조, 그리고 그 위를 가로지르는 거가대교의 멋진 전망을 간직한 섬.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자연의 풍요가 가려버린 가덕도의 아픈 역사를 한번쯤은 되돌아보는 시간, 오늘은 그 여정을 따라가 보자.
부산에서 가덕도로 진입하게 되면 여행자를 가장 먼저 반겨주는 곳이 정거벽화마을이다. 과거 배가 닻을 내리던 곳이라 닻거리라 불렸는데 표기를 한자식으로 바꾸면서 정거마을이 됐다. 마을은 좁은 골목을 따라 가로 세로로 이어진다. 금방이라도 숨바꼭질하는 아이들이 뛰어나올 것만 같은 골목은 뜻밖에도 독특하고 예쁜 벽화로 채워져 있다. 시간 여유를 두고 천천히 정거마을을 거닐어야 마을의 진짜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정거마을을 나와 외양포 방향으로 여정을 옮겨보자. 가덕도가 견뎌낸 그동안의 세월을 마주하는 시간이다. 러일전쟁이 한창이던 1900년대 초, 가덕도에 일본군 사령부가 주둔하면서 마을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난다. 주민들을 몰아 낸 그 자리에 일본군은 포진지를 구축하고 그 앞에 둑을 쌓아 완벽한 요새를 만들고 대륙 진출의 꿈을 꾸었다. 포를 쏘는 발사대, 막사, 탄약고 등이 남아 있고 당시의 치열함을 보여주듯 여기저기 총탄 자국이 여럿이다.
외양포에서 남쪽 끝 해안으로 이어지는 가덕도 최남단에 가덕도등대가 자리한다. 가덕도등대는 대한제국 시절 건립되어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100주년 등대 기념관과 함께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지금은 2002년 새로 지어진 팔각 등대와 나란히 바다를 향해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일반인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 해군사령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출입할 수 있다.
대항동 새바지 마을로 발걸음을 옮기면 일제강점기의 또 다른 유적인 인공동굴을 만날 수 있다. 태평양 전쟁 당시 가덕도를 점령한 일본군이 연합군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만든 요새의 흔적이다. 전국에서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이 노동착취와 인권을 유린당하며 구축한 인공동굴이다. 전세가 기운 일본군이 마지막 발악을 하기 위해 부산과 주변 해안에 방어기지를 구축했는데 오늘날까지 이곳 대항마을에도 10여 개의 동굴이 남아 있다. 현재는 동굴 안쪽에 조명이 설치되어 있고 반대편 몽돌해변까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이렇듯 문화, 역사, 자연을 아우르는 섬 가덕도에서 부산의 또 다른 면모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이용안내
주소
부산광역시 강서구 가덕해안로 21
전화번호
051-970-4062(강서구청 문화체육과)
휴무일
연중무휴
운영요일 및 시간
상시
이용요금
무료
교통정보
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 하차 → 버스 520 환승 → 동중마을 정류장 하차
여행꿀팁
가덕도 등대는 구청을 통해 사전 승인을 받아야 관람할 수 있습니다.
여행 에티켓
주변에 주민들이 살고 있으니 너무 소란스럽게 하지 말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