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븐에 갓 구워진 노릇노릇한 빵 냄새를 좇아 골목을 걷다보면 나도 몰래 베이커리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다양한 빵을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수영구 남천동 빵집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빵천동은 벚꽃 거리로 유명한 ‘남천동’의 동 이름과 단어 ‘빵’이 합쳐져 만들어진 합성어다. 어릴적 간식으로 즐겨 먹던 빵, 요즘은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많이 생겨났지만 이곳에선 이색적이고 개성 있는 빵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국 빵 마니아들의 빵순례지로 불리는 빵천동은 도시철도 2호선 남천역을 나오자마자 시작된다. 입구에는 20여 곳의 빵집을 소개하는 빵천동 안내판이 서 있다.
남천역 1번 출구 아래 골목에 있는 케이크 전문 베이커리는 케이크를 생일에만 먹는 다는 고정관념을 단박에 없애준다. 시원한 냉장고 안, 고소하고 달콤한 생크림이 듬뿍 올라가 있는 각양각색 케이크의 유혹은 쉽게 뿌리 칠 수 있는 게 아니다. 모양도 맛도 가지가지인 케이크 한 조각은 빵천동 여행의 시작으로 꽤 괜찮은 선택이 된다.
귀한 사람에게 특별한 케이크를 선물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제과점도 있다. 이 집에서는 주문 제작으로 세상에 하나 뿐인 수제케이크를 만든다. 드라이플라워 또한 구매 가능하니 만약 멋진 생일 파티를 구상 중인 사람이라면 이 집에서 모든 걸 마칠 수 있다. 5일 전 예약은 필수다.
이국적 빵을 맛보고 싶다면 프랑스 셰프가 운영하는 베이커리로 가보자. 이곳은 프랑스에서 직수입한 밀가루와 천연 발효종을 사용해 건강한 제과 제빵 만을 고집한다. 고소한 프랑스식 빵 냄새를 맡다보면 잠시 파리 어느 베이커리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는 집이다.
갓 나온 식빵의 맛을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가 있겠는가. 빵천동 골목에는 한 번에 많은 양을 만들지 않고 조금씩 시간을 나눠 식빵을 구워내는 베이커리가 있다. 따끈하게 살아 있는 식빵의 진짜 맛을 맛보고 싶다면 조금만 시간을 투자해 보자.
특정한 빵이 아닌 정말 다양한 빵맛을 원하는 사람들이 가볼만한 곳도 있다. 부산에 온 여행자들이 꼭 한번쯤을 들린다는 빵집인데 이곳은 수를 세기도 힘들만큼 다양한 빵들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넘쳐 나는 빵들은 보고 있으면 기분까지 덩달아 좋아지는 집이다.
밀가루 빵을 먹으면 속이 불편한 사람이라면 피를 맑게 해주는 등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인 홍국쌀을 사용하는 집도 있으니 참고하자. 이 집만의 특별한 맛을 느끼고 싶다면 새우 바게트를 추천 한다.
빵천동에는 묵묵히 동네를 지켜온 빵집처럼 오랜 역사를 함께 이어가고 있는 나무가 한그루가 있다. 빵집 골목 가운데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이 보호수는 400여년의 세월을 이겨 낸 팽나무다. 이 밖에도 500여 년 동안 마을 사람들의 삶을 이어준 우물 등 빵천동 주변 골목길은 요즘 찾아보기 힘든 마을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획일화 된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동네 상권까지 장악해 버린 시대에 개성만점 빵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빵천동 문화 1번가에서 특별한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
이용안내
주소
부산광역시 수영구 남천동
교통정보
도시철도 2호선 남천역 1번 출구 도보 3분
버스 108, 131, 155, 20, 38, 39, 40, 41, 42, 51, 83, 83-1, 1001 남천역 하차 도보 3분
주차 인근 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