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태풍에 지친 일상을 잠시 뒤로하고 선선한 날씨가 다가오는 부산의 가을, 한산하고 드넓은 삼락생태공원에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어느새 공원 한쪽에 마련된 웅장한 무대 앞은 구름같이 몰려든 관객들로 들썩인다. 이윽고 온몸을 울리는 비트와 강렬한 사운드, 가슴 속을 뻥 뚫리게 만드는 보컬의 시원한 노랫소리가 넓디넓은 공원을 후끈 달아오르게 한다. 밴드가 연주하는 리듬에 하나 된 사람들이 발을 맞춰 뛰는 소리가 또 하나의 악기가 돼 분위기는 절정을 향해 간다. 음악으로 온몸을 적시는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의 한 장면이다.
2000년 시작된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록 음악축제로 자리 잡았다. 축제 기간 중에는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인디밴드들과 국내외 최정상 밴드들이 대거 참여한다. 그렇다 보니 국내외 록 마니아들이 1년 내내 이 축제를 기다릴 정도다. 넓고 푸른 잔디가 펼쳐진 삼락생태공원 페스티벌 장으로 들어서면 흥에 겨운 이틀 간의 음악 여행이 시작된다.
빼곡한 사람들 사이 높이 솟아있는 깃발을 중심으로 서로 몸을 부딪치며 흥을 발산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최애 뮤지션에 대한 팬들의 애정 표현조차 록스럽다고 해야 할까.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엄청난 에너지 속에서 지루한 일상은 어느새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하지만 본격 페스티벌의 시작은 아직 이르다. 제대로 된 축제를 즐기기 위해선 일단 배를 채워야 하는 게 순서. 길게 늘어선 음식 부스 안에는 시각과 후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먹음직스러운 요리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거기에 시원한 갈증을 풀어 줄 맥주 한잔 곁들이면 페스티벌과 더 없이 좋은 궁합이 된다.
다음으로 할 일은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아 나만의 VIP석을 만드는 일이다. 여기까지 일이 마무리 됐다면 이제 음악 속에 빠져들 준비가 모두 끝난 셈이다. 감미로운 선율의 록발라드가 나오는 순서에는 여유롭게 잔디밭에 누워 공연을 즐기고, 피를 끓게 만드는 에너지 넘치는 밴드가 나오면 자리를 박차고 나가 사람들과 함께 방방 뛰며 온 몸 가득 뜨거운 에너지를 발산하면 된다.
어둠이 찾아오자 페스티벌은 하이라이트를 향해 달려간다. 화려한 조명과 폭죽이 음악과 버무려져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무대 앞 공간까지 빼곡히 채운 사람들이 흔드는 손이 마치 일렁이는 파도처럼 보인다. 그리고 터지는 함성과 ‘떼창.’ 이렇게 뮤지션과 관객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는 밤이 깊어가도 끝날 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