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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 회가 땡기는 날

싱싱한 바다의 진미 부산 회, 해산물 한상

고마 회가 땡기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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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마 회가 땡기는 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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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매, 오늘 머가 좋아요?”
“좋긴 뭐가 좋노, 다 좋지!”
“고마 싱싱한 큰 놈으로 자봐 주고, 낙지 탕탕이부터 잘게 쪼아 주소!”
  • 고마 회가 땡기는 날1
부산 여행을 어떻게 회를 빼고 논할 수 있겠는가.
넘실대는 파도 위 도시의 불빛이 어른거리는 밤바다를 즐겼다면 마지막 코스는 식도락 여행을 하는 게 정석이다. 켜켜이 시간이 내려앉은 노포 식당에선 곰살맞은 부산 시민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고,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창가 자리 식당은 진한 낭만을 더해 준다. 어디로 가도 부산에서 즐기는 회는 충분히 그 진가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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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부산 사투리를 주고받으며 회 한상을 주문한다. 전복 내장 등을 넣고 푹 끓여낸 따끈한 죽이 으레 먼저 상에 오른다. 죽은 산해진미를 받아들일 준비 운동 같은 순서로 속을 편안하게 해준다. 호호 입김을 불어가며 죽 한 숟가락을 넘기면 쌉싸름한 바다 향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전복죽은 ‘죽의 황제’라 불릴 정도로 원기 회복에 좋아 과거에는 귀한 손님에게만 대접하던 별미 중 별미였다.
곁들이 안주가 나오자 접시별로 가지각색의 해산물과 밑반찬이 한 상 가득 차려진다. 그 모습이 마치 단청을 보는 듯 오색찬란하다. 아마 눈으로 즐기고 입으로 느끼는 이 시간이 횟집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순간 아닐까 싶다. 선뜻 어느 것에 손을 대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해지기까지 한다. 행복한 고민의 순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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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산낙지를 잘게 쪼아 먹기 좋게 만든 낙지 탕탕이에 손을 대 본다. 입천장에 붙어 꿈틀거리는 이 오묘한 식감을 어디에 비할 수 있겠나. 아마 우리 음식 중 산낙지만큼 역동적인 요리는 없는 듯하다. 낙지는 스태미나를 보충해 주는 으뜸 보양식 중 하나다. 그 효능이 얼마나 좋으면 낙지 한 마리가 인삼 한 근과 맞먹는다고 하지 않나. 또 간 해독을 돕고 숙취를 없애 주는 타우린 성분이 많아 음주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안줏거리로 꼽힌다. ‘봄 주꾸미, 가을 낙지’ 라고 했다. 낙지는 찬바람이 불어야 제법 맛이 오른다. 그렇다고 낙지만 먹고 있기에는 너무 선택지가 많다. 초밥, 소라·새우 데침, 멍게, 전, 각종 야채… 서둘러 젓가락을 가져가보면 개성 짙은 바다의 진미들이 혀를 춤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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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가 하나씩 비워질 때쯤, 영롱한 빛깔의 제철 회가 상 가운데 자리를 잡는데 영락없이 만개한 꽃을 연상시킨다. 바다가 만들고 주방장의 칼 솜씨가 빚은 하나의 예술작품은 일단 눈으로 먼저 즐기는 게 예의다. 산지에서 갓 잡은 쫀득한 회는 시원하고 담백하게 씹히는데 생선별로 미묘한 식감을 비교하는 재미까지 있다. 우럭의 쫄깃함을 즐기다, 광어의 담백함을 맛보고, 도미의 부드러움을 음미하는 건 부산 식도락 여행의 화룡점정이다.
어디 그뿐인가 봄이면 도다리가, 여름이면 민어가, 가을이면 전어가, 겨울이면 방어가 함께 상 위에 올라 사시사철 바다의 다양한 풍미를 풀어 놓는다. 특히 생선회는 다량의 불포화지방산을 함유하고 있어 콜레스테롤을 저하시켜 성인병 예방에 매우 효과적이다. 이쯤 되면 부산에서 즐기는 회는 언제나 옳은 선택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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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노란 옷을 입은 튀김과 바싹하게 구워진 꽁치 등을 해치워야 한다. 마무리는 지리나 매운탕으로 해야 뒷맛이 개운할 것 같다. 어라, 생각지도 못한 고등어 회가 서비스라고 한다.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고마, 회가 땡기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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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섬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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