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찜 하면 마산이 먼저 떠오른다. 마산식 아귀 요리는 아구를 말려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이에 반해 부산식 아귀 요리는 생아귀를 쓴다. 1970년대부터 마산식 아귀 요리와 차별화된 부산식 생아귀찜과 찹쌀아귀찜 등이 미식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생아귀 요리가 발전한 건 부산공동어시장이나 자갈치시장 등 큰 어시장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다른 곳에 비해 값싸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부산 아귀찜은 신선한 생아귀에 콩나물, 천연 해물 조미료, 맛국물이 더해져 다른 지역 아귀찜에서는 맛볼 수 없는 담백함과 감칠맛이 특징이다.
매콤 담백한 아귀찜이 될 재료들이 접시 안에 가지런히 줄지어있다. 탱탱하게 차오른 뽀얀 아귀살과 내장,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일품인 미더덕, 누구나 좋아하는 통통한 새우살, 시원한 맛을 내는 꽃게 그리고 아삭함이 눈으로도 느껴지는 콩나물과 미나리가 부산 아귀찜의 주재료다.
육수, 양념을 넣고 끓이다 감자전분으로 마무리한 뒤 후라이팬에서 달달 볶으며 국물을 졸여나가는 아귀찜의 조리 과정. 찜이란 단어가 붙어 있는 요리를 볶음처럼 조리하는 과정에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찜’이란 조리법은 애초 국물이 적게 남을 때까지 졸이는 것을 의미한다. 해산물이 거의 다 익고, 육수의 풍미가 다른 재료에 깊이 배일 때 쯤, 고운 고춧가루를 넣어 한 번 더 덖어 주면 아귀찜이 완성된다.
상 위에는 밑반찬으로 부추전, 잡채, 나물, 멸치볶음, 샐러드 등이 오른다. 여기에 시원한 동치미도 빠질 수 없다. 그리고 상 한 가운데 오늘의 주인공 부산 아귀찜이 자리를 잡는다. 보기만 해도 침샘을 자극시키는 걸쭉한 붉은 양념과 콩나물, 아귀살, 미나리 등이 조화롭게 버무려져 있다. 사이사이 숨어있는 새우살, 홍합, 미더덕을 찾아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큼직한 아귀살 한 덩어리와 감칠맛 나는 양념이 잔뜩 묻은 콩나물을 앞 접시에 듬뿍 담아본다. 한 젓가락 가득 입에 넣어보면 부드럽지만 쫄깃하고 매콤하지만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런 뒤 양념을 듬뿍 찍어 밥 위에 얹어 먹어보면 밥도둑이 따로 없을 정도다. 아귀살을 다 먹고 난 후 양념에 사리를 넣어 먹어도 일품이고, 밥을 비벼도 좋다.
아귀는 탕으로 즐기는 것도 별미다. 뽀얀 아귀 내장과 아귀살 그리고 콩나물과 미나리의 환상적 하모니는 극강의 시원함이다. 이 때문에 아귀탕은 첫손에 꼽히는 해장음식이다.
큼직하게 썬 아귀살과 무 그리고 콩나물, 미나리, 파, 고추 등을 넣고 끓이는 아귀탕. 큰 솥에서 펄펄 끓고 있는 아귀탕을 뚝배기 한 가득 퍼 담아 한소끔 더 끓여 낸다. 아귀탕은 비리거나 잡내가 없다. 맑은 국물 그대로 먹어도 좋고, 취향대로 고춧가루를 뿌려 얼큰한 맛을 더해도 좋다. 또 감칠맛을 살리고 싶다면 식초와 초장을 조금 더하면 된다.
기름기가 없어 국물까지 들이켜도 칼로리 걱정 없는 아귀탕. 아귀살은 초장에 찍고, 밥은 국물에 말면 탕 요리에서 국과 반찬 요리로의 변주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