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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우리 음식, 명란

명란이 있는 행복한 식탁

평점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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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란이 명태의 알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명란을 소금에 절여 젓갈로 만든 것이 명란젓이다. 명란젓은 참기름을 뿌려 비벼먹거나, 석쇠에 그냥 구워먹거나, 기호에 따라 탕으로 끓이기도 한다. 지역에 따라, 조리법에 따라 분명 다른 맛을 내지만, 어떻게 먹든 명란은 밥도둑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맛있는 명란의 원산지가 일본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명란은 부산 동구 초량동이 원산지라고 한다. 현재 초량에 남아있는 남선창고 터의 역사가 그 근거가 된다. 1900년에 부산 최초의 창고로 건립되어 남부 최대 물류창고로서의 역할을 했던 남선창고는 국내에서 잡힌 모든 명태의 집결지였던 까닭에 명태고방으로 더 유명했다. 당시 초량에 머물던 일본인이 자연스레 명란젓을 접하게 되었고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부산 명란젓의 맛을 구현한 것이 일본 유명 명란젓의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부산이 명란의 고향일 수밖에 없어서일까 부산은 전국에서 명란과 관련된 업체가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창립 이래 20년이 넘는 세월을 오로지 제대로 된 명란 만들기에 집중해 온 대표적인 로컬기업도 있다. 누군가의 식탁 위에 친숙한 명란의 추억과 행복이 함께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명란은 물론 부재료 하나까지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기업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조리법을 개발하고 파격적인 메뉴를 연구하며 한국 명란의 대중화를 이끌어낸 이 기업은 국내 유일 명란 쇼룸도 오픈하였다. 명태고방으로 유명했던 초량동, 그와 같은 동네 산복도로 끄트머리, 오래된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이곳은 어렸을 때 살던 ’거기 그 집‘이라는 콘셉트로 추억과 감성을 모두 일깨우고 있다.

깔끔한 내부 인테리어로 시선을 사로잡는 1층 쇼룸은 식문화 관련 전시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숙성고에서 막 꺼낸 명란을 종류별로 맛볼 수 있다.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개별 포장 명란은 선물용으로도 좋은 아이템이다. 명란을 사지 않더라도 쇼룸 휴관일이 아니라면 언제든지 편안하게 구경할 수 있다.

쇼룸의 2층 공간은 옛 가정집의 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아늑하면서도 중후한 느낌을 준다. 예약제로 진행되는 쿠킹클래스를 신청하면 명란을 이용해 음식을 만들어보는 셀프쿠킹에 도전할 수 있다. 클래스가 끝난 후에는 직접 만든 음식을 예쁘게 플레이팅해 바로 먹을 수 있다. 그 외에도 명란과 잘 어울리는 로컬 식재료의 큐레이션이 눈길을 끈다.

다소 비싸고 귀한 음식이었던 명란이 부산 로컬기업들의 노력으로 친숙한 식재료가 되었다. 명란바게트, 명란파스타, 명란계란말이 등의 음식에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간편하게 명란을 즐길 수 있는 튜브 명란도 인기 대열에 합류했다. 일본 음식인줄 알았던 명란이 원래 그랬던 것처럼 한국 음식으로서의 자리를 되찾는 그날까지 열심히 명란을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