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드넓은 백사장과 시원한 바다, 그리고 백사장 뒤로 솟은 빌딩들과 화려한 야경, 그리고 그만큼이나 화려한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해운대의 끝과 맞닿아있는 달맞이고개에는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뒤로 하고 예술작품과 조우하며 한적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약 20개의 갤러리가 모여 유유자적 낭만골목을 만들어내고 있는 달맞이갤러리촌.
하지만 갤러리라고 하면 어떤가? 왠지 어렵게 느껴지고 들어가기에 겁이 나고, 용기를 내서 쭈뼛쭈뼛 들어가도 눈치만 보다가 탈출하듯 금방 나오게 되는 그런 느낌이다.
이렇듯 어렵게 느껴지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둘러보는 게 좋을지 고민이 되는 갤러리! 그런 사람들을 위해 8월을 제외하고 4월부터 10월까지, ‘달맞이언덕 갤러리 투어’가 진행되고 있다.

해운대구청에 전화 또는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갤러리 투어는 인솔 교수의 친절한 해설과 함께 달맞이언덕의 갤러리들을 방문하여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로 3시간 정도 소요되는 투어 프로그램이다. 멀게만 느껴지던 예술이 친숙한 느낌으로 다가와 어느 순간 작품을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여정이다.

인솔 교수를 중심으로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걷기 좋은 달맞이언덕 갤러리 투어에 나선다. 두런두런 예술에 대한 단상을 나누며 발걸음도 가볍게 도착한 첫 번째 갤러리. 시선을 사로잡는 깔끔한 외관과 전시실 내부 하얀 벽면을 가득 채운 작품들. 주로 초대전과 기획전을 통해 작가들의 열정을 전달하는 공간이자 생활 속에 스며드는 대중미술문화를 지향하는 갤러리다. 큐레이터의 설명은 물론, 운이 좋다면 갤러리에 전시 돼 있는 작품의 작가에게 직접 작품 설명을 듣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다.

첫 갤러리를 떠나 다음 갤러리로 가는 길, 앞선 여운이 아직 남아 달맞이 언덕길이 처음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두 번째 갤러리는 현대미술의 넓은 스펙트럼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획전시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아카데미가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니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었던 현대미술의 다양한 장르에 대한 새로운 안목이 새록새록 생겨나는 것 같다.

다음으로 방문할 갤러리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초록의 나무숲 사이 웅장한 외관을 자랑하는 갤러리는 관람객을 위해 고풍스런 돌계단을 먼저 내어준다. 개관 30주년을 맞이한 갤러리답게 국내외 대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단순하면서 선이 굵은 내부 전시공간에서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친절한 해설과 함께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갤러리마다 매달 전시의 내용이 바뀌기 때문에 여러 번 투어에 참여해도 매번 새로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다양한 색깔의 갤러리, 그리고 장르가 다른 미술작품들을 한나절에 만나볼 수 있는 것도 달맞이언덕 갤러리 투어의 가장 큰 매력이다.
예술을 즐기는 아름다운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여행, 달맞이언덕 갤러리 투어로 간다.